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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리뷰] 영화 소공녀 / 취향을 지켜 나간다는 것
    영화 2020. 11. 11. 14:57

     

    이솜 주연의 영화 소공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음)

    안타깝게도 나는 정봉이가 나오는 줄 모르고 틀었다가... 깜짝 놀라서 꺼버릴까 잠시 고민을 하고 흐린 눈으로 그의 분량이 많지 않길 바라며 영화를 끝까지 감상했다. 이런 걸 고진감래라고 하나.... 결론적으로 영화를 끝까지 보길 너무 잘했고, 오랜만에 후기가 쓰고 싶어 져 몇 자 적어본다..

     

    미소는 가사도우미로 일을 하며 말 그대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가난한 청춘이다.

    위스키, 담배,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이 셋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담배값이 2,0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르고, 바퀴벌레가 나오는 달동네 월세방 마저 5만 원이 올랐다.

    늘 그렇듯 하루 일당을 벌어 담배를 사고, 12,000원짜리 위스키를 마시고 집에 돌아온 미소는 가계부를 쓰는데 마이너스가 났다. 아마 이런 상황이라며 모두가 담배와 위스키를 포기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위스키 한 병을 사서 마시는게 더 저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미소는 집을 포기해 버린다. 대학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 하룻밤씩 신세를 지며 미소의 여행은 시작된다. 총 다섯명의 친구를 찾아갔고, 자신의 하루하루를 견뎌내야만 하는 서글픈 청춘 다섯의 인생이 지나간다.

    아마 영화 소공녀를 본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았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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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 없어도 취향과 생각은 있어."

    밴드 보컬을 했던 노총각 '록이'의 집에 찾아가 하룻밤을 보내며 미소가 록이에게 한 말이다.

    노총각인 그가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다는 사실에 록이의 부모님은 둘을 한 방에 밀어 넣어버린다.

    그는 미소에게 부모님이 저렇게 좋아하시는 모습 처음 본다며 결혼을 하자는 말을 한다. 집도 없는데 그냥 들어와서 살라는 말과 함께. 미소는 집이 없지만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이 있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다. 영화에서 가장 판타지적인 인물은 미소일 것이다. 스쳐지나간 다섯 명의 등장인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삶이지만, 미소는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포기 하지 않는 멋있는 인물이다.

    취향을 가지려면 많은 시도와 경험, 성공과 실패가 있어야 하며 거기에는 필히 비용이 뒤따른다.

    아니, 시도에 앞서 금전적인 부분이 충족되어야 하는게 더 맞는 말이겠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할 때 행복한지를 알기 위해선 끊임없는 시도와 끊임없는 지출을 반복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자신의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 멋이게 보이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끝없는 포기 속에서 나 자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담배값이 조금 오르자 미소는 원래 피우던 에쎄 대신 500원 더 저렴한 디스를 구매한다.

    500원 동전하나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조금 별로라도 거기서 타협하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이런 선택 속에서 내 취향을 포기해나가는 것이 어쩌면 인생을 조금씩 서글프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미소는 자신의 취향을 굳건히 지켜나가는 어쩌면 현실에 없을 아주 멋진 인물이다.

    미소는 500원으로 자신의 만족을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은 다시 에쎄를 사고, 14,000원으로 오른 위스키를 한 잔 마시는 대신 백발로 변하지 않기 위해 꾸준히 마시던 약을 포기하고 텐트에서 생활을 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난다.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포기하고, 타협하고, 거기서 만족하자며 스스로를 타이르고, 포기하는 용기만을 배웠다.

    앞으로의 인생은 포기하기보다는 좀 더 내 마음에 와 닿는 선택을 하며 내 취향을 지켜나가는 용기를 갖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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