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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리뷰]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 선언
    영화 2020. 7. 21. 15:07

    참 시의적절한 영화가 국내에 개봉했다.

    제목은 밤쉘.

    부제는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과연 폭탄선언이 세상을 바꿨나? 아마 세상 모든 여성들의 소망이 담긴 부제가 아닐까.

    자신의 발언이 세상을 바꾸길 바랬고, 세상이 바뀌길 바랬지만 여전히 이 더럽고 지옥 같은 세상은 똑같이 흘러가는 중이다. 영화는 매우 빠르게 전개된다. 따라서 사전 지식이 없다면 빠른 호흡을 따라가기 힘들지도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이므로 대략적인 정보라도 찾아본 후 영화를 관람한다면 더 재밌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박원순의 자살 소식이 있었다. 이후 아빠와 짧은 통화를 했다. 박원순의 뉴스를 본 것인지 아빠는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해야지!"라는 말을 했다. 아빠가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하는 줄 알 것 같아서, "나는 아빠가 내 아빠니까 싫다고 얘길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는 싫어도 싫다고 얘기할 수 없었던 적이 2n년간 함께 살며 한 오조오억 번은 있었을 거다.) 그러자 그래도 의사표현을 확실히 해야 한단다. 사회에서, 회사에서 의사표현을 확실히 하는 것이, 그것도 '기쎄다'라고 통용되는 사회에서 자란 여자가 싫다고 말하는 것이 쉬운 것인 줄 아느냐고 화를 냈지만 그래도 회사를 잘릴 각오로 싫은 건 싫다고 얘기하란다. 말이 통하지 않고, 너무 화가 나 그냥 전화를 끊었다.

     

    안희정, 오거돈에 이어 박원순까지. 이러한 수직적 위계 속에서 일어나는 성범죄가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가며 최근 박원순이 '사장님귀는 당나귀 귀'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영상이 다시 화재가 되었다.

    그 영상에서는 박원순은 꼰대의 면모를 가감없이 보여주었고, 본인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언짢은 표정이 전파를 탔다. 새벽 5시에 직원들을 불러 조깅을 하고, 오랜만에 정시 퇴근하는 직원의 가족 모임에 눈치 없이 끼여 밥을 먹는 모습이 나왔다. 조깅을 함께하는 직원은 다리 수술을 해서 무리를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직원들은 박원순이 없을 때 자신들이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다가 박원순이 다른 메뉴를 말하는 순간 아무도 본인들이 원하는 메뉴를 입밖에 꺼내지 못했다. 언급한 모든 직원은 남자다. 방송에 노출된 단편적인 상황으로만 봤을 때,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점심 메뉴 하나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다. 다리 수술을 해서 무리를 하면 안 되는 상황에도 그 말을 못 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직장상사와 함께 조깅을 한다. 이 상황을 보고는 아무것도 느껴지는 것이 없는가? 영상을 보고도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는 대화를 당장 그만두길 추천한다. 

     

    계속 계속 발생하는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 화가 나서 영화의 감상과는 다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다 같은 사건이다. 영화는 그래도 속 시원한 결말로 끝이 난다. 피해자에게는 속 시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한국을 살아가는 한 국민으로서 너무 부러운 결말이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훌륭했고, 영화의 빠른 호흡을 따라가기 바빠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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