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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의 나라' 현존하는 가모장제 모계사회로의 여행
    2020. 7. 9. 10:07

    중국계 싱가포르인인 저자 추 와이홍은 흔히 말해 잘 나가는 변호사이다. 그가 변호사 생활을 하며 지내는 모습이 책의 앞머리에 조금 나오는데, 멋있고 대단하고 부럽지만 한편으로는 일로만 가득 찬 삶이 피곤하고 지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그는 사직서를 내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거무라고 불리는 여신을 모시는 모쒀족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고 그곳으로 떠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현대에는 중국이 여성의 파워가 세며, 남성들은 요리와 같은 집안일에 적극적이라고 보고 들었는데 한국과 별반 다를 바 없구나 생각했다. 지독한 가부장제 사회의 뿌리 깊은 남아선호 사상. 

     

    가끔 가부장제의 정 반대인 가모장제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 상상을 하곤 했다.

    지금과 정 반대의 모습이 아닐까? 여성과 남성의 성별만 반전이 된 사회가 아닐까? 했던 내 상상속의 모습과는 달리 실재하는 가모장 사회의 모쒀족의 생활모습은 현재의 가부장제를 닮아 있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니 그러한 부분 역시도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쒀족의 남자들은 대부분 치장하기를 좋아하고 키가 크며 잘 생겼다고 묘사된다. 그걸 보며  '역시 쭉정이 이론이 맞았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남 모두 바깥일을 하며 궂은일은 모두 남자의 몫이다. 여성이 하는 일이 가부장 사회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모쒀족 사회에서는 여성이 하는 일이 귀하다 여겨진다. 

     

    모쒀족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다. 결혼이 없으니 이혼도 없고 불륜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지만, 아빠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보고 겪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방식이어서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빠'라는 뜻을 가진 단어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아빠가 누구냐도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할머니, 어머니로 이어지는 가모장제이기 때문이다. 남자는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의 가정에서 평생을 함께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게 당연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민경 작가님이 책을 읽고 '아버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깊게 생각하면 할 수로 그 답을 찾기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 집에 들어가 아버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왜 여기 계세요...?' 따위의 생각이 들 것이라고.... 농담처럼 던지신 말이지만 매우 와 닿는 말이었다. 

     

    책의 말미에는 모쒀족에도 현대문명의 바람이 불어 그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너무 슬프고 참담한 소식이다. 모쒀족이 쓴 '어버지가 없는 나라'라는 책이 있다고 해 꼭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지금은 절판이라 도서관을 뒤져 봐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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